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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만 우크라 난민에 '내 집 내 주며' 환대하는 유럽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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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만 우크라 난민에 '내 집 내 주며' 환대하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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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만 명 받아들인 폴란드는 '한계' 호소…"시리아 난민 이렇게 환대했어야" 목소리도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이 이어지면서 인근 국가로 피신하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280만 명에 달했다.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폴란드에서는 더 이상 받아들일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리아 등 중동 지역 난민에게는 소극적이었던 유럽이 유독 우크라이나 난민은 환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5일 유엔난민기구(UNHCR) 자료를 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3일(현지시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다른 나라로 피신한 난민의 수는 282만명에 이른다. 인접국인 폴란드로 172만 명, 루마니아로 41만 명, 헝가리로 25만 명 가량의 우크라이나인들이 피신했다. <CNN> 방송은 인접국 뿐 아니라 12일까지 독일에 12만명, 프랑스에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인 7000명 이상의 난민이 입국했으며 오스트리아·크로아티아·그리스·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의 국가에 각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피신했다고 전했다. 유엔난민기구는 사태가 지속될 경우 난민이 400만 명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침공 뒤 우크라니아의 군사 시설 뿐 아니라 병원 등 민간 시설까지 폭격하며 비난을 받고 있다. 14일 <AP>  통신 등 외신은 지난 9일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도시 마리우폴의 한 산부인과에서 구조된 여성이 뱃속의 아이와 함께 끝내 숨졌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피난한 유럽 국가들에서 대체로 환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은 모든 회원국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해 최소 1년의 임시 보호를 제공한다. 이 기간 동안 난민들은 주거권, 노동권을 보장 받고 의료 지원 및 어린이들의 경우 교육권도 보장받게 된다. 많은 EU 회원국들은 피난길에 오른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교통 수단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오스트리아(OeBB)·독일(DB)·스페인(Renfe) 등에서는 일부 열차를 무료로 탑승할 수 있고 폴란드·루마니아·슬로바키아 등에서는 일부 항공편(Wizz Air)도 무료 탑승이 가능하다.

미국·캐나다 등 유럽 이외의 서구 국가들도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의 뜻을 밝혔다. <CNN> 방송을 보면 숀 프레이저 캐나다 이민 장관은 3일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에 대한 임시 및 영구 거주 신청을 신속히 처리할 것이며 "신청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카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미국은 우크라이나 이민자를 지원할 것이며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의 개별 시민들도 자신의 집을 임시 숙소로 제공하는 등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디언>을 보면 영국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집' 정책을 통해 시민 개인·자선단체 등이 난민들을 자택에 무료로 묵게 할 계획이다. 난민들은 제공된 숙소에서 최소 6달은 머물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한 숙소를 제공하는 시민에게는 월 350파운드(약 56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매체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의 3명 중 1명의 영국인이 우크라이나 난민들과 함께 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최근까지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4000여 개의 비자를 발급했으며 앞으로 수만 개의 비자를 더 발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인들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려고 계획 중인 영국인 카일린 켈리(37)는 "여성과 어린이들이 여전히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그들의 아버지, 삼촌, 할아버지를 남겨 두고 떠나는 것을 볼 때 가슴이 무너진다"며 "그들에게 조금이라고 친절을 베풀고 싶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폴란드에서는 더 이상 난민을 제대로 지원할 여력이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난민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수천 명의 폴란드인 중 하나인 그제고시 파티크(40)는 "(난민) 규모가 너무 크다. 폴란드인들이 난민들을 돕고 싶어 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자원이 동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통신은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에 지난 2주간 100만명의 난민이 몰려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임시 숙소의 70%가 찼으며, 또 다른 도시 크라쿠프에는 더 이상 장기간 거주할 수 없는 숙소가 남아 있지 않고 임시 숙소만 존재한다고 전했다. <BBC> 방송은 폴란드 남동부의 도시 자모시치의 시장인 안제이 브누크가 "난민이 몰려올 때 정부와 EU가 상당 부분 지원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재정 지원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환대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이 시리아 등 중동 지역 난민에 비해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유독 적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빠른 거주 허가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 중인 덴마크의 경우 여전히 내전 중인 시리아 난민에 대해서는 지난 2019년 시리아 다마스쿠스 일대의 상황이 난민 보호조치를 요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거주 허가를 취소하고 있다.

자신의 집에 우크라이나 난민을 맞아 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영국인 테레사 설리반(55)은 <가디언>에 "이전에 시리아 난민에게 집을 제공하고자 했지만 정부 지원 부족에 실망한 적이 있다.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이 같은 지원이 행해지길 바랐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글로벌 싱크탱크 이민정책연구소(MPI) 수석 정책 분석가인 카미유 르 코즈를 인용해 "서로 다른 그룹의 난민들이 이토록 대조적인 처우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유럽인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은 '우리와 같다'고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BBC>는 "폴란드는 지난 2주간 중동 이민자를 거부하는 나라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을 환영하는 나라로 바뀌었다"며 "일부 폴란드 시민들은 정부가 대부분 시리아 출신인 무슬림 남성들은 밀어 내고 대부분 백인이며 기독교인인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과 어린이들은 환영하는 데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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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현지시간) 폴란드 국경도시 코르쵸바의 한 임시 숙소에서 생활하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