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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승현

농촌 자치단체, 봄철 ‘외국인 계절 노동자’ 배치 앞두고 이탈방지 대책 마련에 안간힘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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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상반기 지방자치단체별 외국인 계절 노동자 배정 현황.

봄철 영농기를 앞두고 농촌 지역 자치단체들이 ‘외국인 계절 노동자’의 이탈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는 4월부터 C4(3개월), E8(5개월) 비자를 받은 외국인 계절 노동자가 배치될 예정인데 매년 10% 안팎이 무단 이탈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7일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법무부에서 올해 상반기 11개 시·도의 124개 시·군에 배정한 외국인 계절 노동자는 2만6788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에 배정된 1만2330명보다 2.2배 많은 것으로 외국인 계절 노동자를 본격 배치한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시·도별 배정 인원은 강원 6425명, 경북 5314명, 전남 3773명, 충남 3066명, 전북 2660명, 충북 2152명, 경남 1834명, 경기 1212명 등이다.

가장 많은 인원을 배정받은 강원도는 농가들로부터 지난해 성실히 일한 외국인 계절 노동자를 추천받아 재입국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빚어지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언어 소통 도우미’도 배치한다.

또 올해부터 2026년까지 80억원을 들여 외국인 계절 노동자 숙소(조립식 주택) 400동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숙소 건립에 필요한 토지를 보유한 농가에 1개 동당 2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강원도 내 농촌 지역에 배치됐던 외국인 계절 노동자 3949명 가운데 13% 가량인 506명이 무단이탈했다.

외국인 계절 노동자의 임금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책정된다. 보통 1개월(224시간 기준) 210여만원의 기본급을 받고, 추가로 일을 하면 초과근무수당으로 통상임금의 1.5배를 받게 된다. 이들은 산재보험에 가입되고 의료비 지원 혜택도 받는다.

하지만 공업단지의 생산직이나 건설 현장 노동자와 비교해 임금이 낮은 편이다. 농민 김모씨(68)는 “계절 노동자로 가장해 입국한 뒤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도시 지역의 일자리를 찾아 이탈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무단이탈을 부추기는 브로커들도 많아 농가 차원에서 대처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초자치단체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양구군은 올해 외국인 계절 노동자의 무단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의 모국 자치단체에 관리인력으로 공무원 1명씩을 교대로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베트남에서 외국인 계절 노동자를 도입할 예정인 철원군은 해당국 출신 결혼이민자 2명을 통역 담당으로 채용한다. 이들은 공무원들과 함께 외국인 계절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농가를 방문해 정기적으로 상담을 하며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화천군은 올해 결혼이민자의 부모와 형제, 4촌 이내 친척(만 19~55세)으로 구성된 외국인 계절 노동자 258명을 초청해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배치하기로 했다. 결혼이민자 친척의 경우 근무지 이탈 사례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

전북 진안군은 고용주를 대상으로 인권, 성희롱 예방, 노사관계 등을 교육하는 한편 계절 노동자 이탈 방지를 위해 근로 여건, 주거환경, 애로 사항 등을 수시로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 역시 무단이탈률이 높은 국가나 자치단체에 대해선 1~3년간 인력송출을 제한토록 하는 등 제재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외국인 계절 노동자의 근로·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통해 무단이탈률을 8% 이하로 낮추는 것이 1차 목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