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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불법인 사람은 없다

201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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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사람을 피해 도망치다 목숨을 잃었다.

반복된 죽음이다. 작년 8월 김포의 건설현장에서 미얀마에서 온 청년 노동자가 출입국 단속을 피하던 중 건설현장 지하에 떨어져 사망했다. 이번엔 경남 김해, 태국인 노동자였다. 부산 출입국·외국인청은 “10여명의 불법 체류자가 있다는 민원제보”에 따라 현장에 출동했고, “사망 외국인은 단속반원에 의한 일체의 추격이나 신체적 접촉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부검결과 강한 외력(外力)에 의한 장기파열이 사망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사망경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일까?

우선 비인간적으로 이뤄지는 출입국 단속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초 법무부 장관에게 출입국 단속과정에서 ‘인명사고 예방과 인명구조를 우선으로 하는 세부 단속지침 마련’과 ‘유사한 인권침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하여, 미등록체류자 단속과정에서 발생되는 사실상의 체포 및 연행 등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가 형사사법 절차에 준하여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독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보호와 이민행정 선진국의 사례 및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볼 때 적극 수용이 필요함에도 법무부는 권고의 수용을 거부했다. 그리고 신임 법무부 장관이 ‘불법체류 외국인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한 바로 당일, 한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단속 과정에서 또 사망했다.

법 밖으로 밀려난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은 정부와 외국인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얼마 전 강원도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태우고 일터로 가던 승합차가 다른 차량과 부딪치는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체류자격이 없었던 외국인들이 부상을 입은 상태로 사라졌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지위에 놓인 외국인은 모든 상황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취약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향은 법 밖으로 밀려난 외국인을 다시금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하여 관리하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과 같은 원시적인 사람단속의 방법은 법 밖의 이주(移住)민을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외국인, 사업주, 단속공무원, 지역사회 모두에게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사용하는 “불법체류자”라는 용어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는 통상 출입국관리법에서 정한 체류자격이 없거나, 정해진 체류기간보다 더 체류하거나, 체류자격으로 할 수 없는 활동을 한 외국인을 모두 포괄하여 “불법체류자”라고 부른다. 사람에게 ‘불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특정 집단을 법적, 제도적인 보호에서 제외하여 취약하게 만들고 나아가 편견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는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러한 추상적인 개념은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 외국인이 법 밖으로 밀려나게 된 이유는 다양하다. 그리고 발생 원인에 맞춘 합리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뭉뚱그려 “불법”으로 선언하게 되면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단속”이나 “합법화”뿐이다.

출입국관리법의 성격이 출입국 행정을 위한 기준을 정한 행정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건축법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않은 건축물을 불법건축물이라 하지만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을 불법거주자라고 하지 않고, 식품위생법에 따른 영업허가를 받지 않은 사업장을 불법사업장이라고 하지만 거기서 일하는 사람을 불법노동자라고 하지 않는다. 물건이나 제도는 불법일 수 있지만, 불법인 사람은 없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