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성명] 인력확대 중심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노동조건 개선, 이주노동자 권리보장이 우선이다!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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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인력확대 중심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노동조건 개선, 이주노동자 권리보장이 우선이다!

9월 1일 정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외국인력 활용 확대’를 골자로 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고용허가제(E-9, H-2비자) 사업장별 고용한도를 2배 이상 늘리고, 올해 쿼터를 1만명 추가 확대 △비수도권 소재 뿌리산업 중견기업(300인이상), 택배업과 공항지상조업의 상·하차 직종에 외국인력(E-9) 고용 허용 △숙련근로자(E-7-4)의 쿼터 3만 5천 명으로 확대 △12월부터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등이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8월 24일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소위 ‘킬러규제’를 혁파한다면서 ‘외국인력규제 혁신’ 내용으로 결정한 것의 후속조치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인력확대 중심의 정부 정책이 기존의 열악한 현장의 노동조건과 미흡한 권리 현실에 대해 별다른 개선 없이 무조건 인력이 부족한 열악한 일자리에 이주노동자를 밀어넣는 땜질식 처방일 뿐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는 바이다. 노동조건, 인권과 노동권 개선 없는 무조건적 인력확대 정책은 무권리로 착취, 차별당하는 이주노동자 늘리기 정책일 뿐이다.

사업장별 고용한도를 늘리고 쿼터를 추가하거나 이주노동자 고용허가 업종을 확대하는 것은 그만큼 산업현장의 노동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것의 반영일 수 있다. 그러나 노동력 감소, 인구절벽 상황에서 정부가 이민사회, 이민청 설치 운운하면서도 그에 걸맞는 이주노동자 권리보장과 정주여건 개선, 지원인프라 확충 등은 온데간데없다. 정부는 여전히 퇴행적이고 반인권적인 ‘인력활용론’에만 그치고 이주노동자 기본권 보장은 외면할 것인가!
택배나 공항지상조업의 상하차 업무 등은 중노동으로 꼽히고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기피 업무이며 하청에 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하청구조 속에 말단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무턱대고 이주노동자로 채우려 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열악한 노동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죽음의 알바를 이주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 ‘과로사의 국적만 바꾸는 것’, ‘위험의 이주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라고 당연히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위험노동을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한 해 백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사망하여, 내국인에 비해 산재사망사고 발생율이 세 배나 높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특단의 산재예방 및 근절대책부터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오랫동안 임시가건물 숙소라는 열악한 기숙사 문제로 이주노동자들이 고통받아 왔는데 그런 비인간적인 주거환경부터 바꾸도록 임시가건물을 금지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숙소 대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쿼터가 올해 두 배로 늘어나면서 상담, 통역, 권리구제 지원 등의 업무도 노동부 고용센터나 이주노동자지원단체 등을 가리지 않고 폭증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적인 이주노동자 지원인프라 확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장변경 제한이라는 실질적인 강제노동 정책을 개선하기는커녕 9월 신규 고용허가제 입국자부터는 ‘지역제한’까지 덧씌워서 이중삼중의 족쇄를 채운 것이다. 인력이 필요하다면서 사상 최대로 늘리는데 권리는 대폭 더 제한하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아무런 정책 철학이나 가치지향도 없이, 3D 업종 일에 인력만 채우고 보자는 식의 발상, 이주노동자는 권리를 손쉽게 제한해도 된다는 인종차별적 킬러인식부터 철폐되어야 할 것이다.
이주여성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문제도 계속 거세게 문제제기되어 온 바, 가사·돌봄노동을 외주화하고 공공성을 약화시키며 이주여성을 저임금으로 활용하고 인권침해를 초래할 잘못된 정책이다.

인력확대만 하고 권리는 제한하는 땜질식 퇴행적 처방이 아니라 열악한 현장의 노동조건 개선, 이주노동자 권리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인력으로만 도구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같은 ‘사람’, 같은 ‘노동자’,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인간으로 보는 가치와 정책지향이 절실하다. 이주노동자도 인간이다, 권리보장 정책을 정부는 내놓아라!

2023. 9. 4
이주노동자평등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