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성명] 계속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죽음, 정부는 인권보장 대책 수립하라!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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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계속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죽음, 정부는 인권보장 대책 수립하라!

한국의 220만 이주민 가운데 체류비자 없이 살아가는 미등록 이주민이 41만 명에 달한다. 이주민 가운데 가장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다. 체류권이 없다는 이유로 노동, 의료, 주거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 제외되고 배제되어 있다. 그러한 취약성 때문에 사업주들은 손쉽게 착취하고, 문제가 생기면 정부는 무조건 단속과 추방으로 존재를 지워버린다.
그러한 비인간적인 정책과 최악의 열악한 노동, 생활조건 속에 최근 연달아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2월 23일 전북 고창에서는 10년 간 국내에서 일한 50대 중반의 태국인 미등록노동자 부부가 난방 기름값을 아끼려고 추운 방에서 장작불을 피우다가 질식사 한 비극적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 3월 6일에는 포천 돼지농장에서 10년 간 일한 67세의 태국인 미등록노동자 분추 프라바세낭씨가 야산에 시신이 유기된 채로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분추 씨는 돼지 천마리를 키우면서 돼지농장에 붙어 있는 냄새나고 더럽고 열악하기 그지없는 거처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한다. 과도한 노동, 건강에 위험한 환경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늘 불안하고 힘든 삶을 살다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미등록 노동자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이러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은 그 자체로 사회적인 죽음이다. 언론은 포천 사건에서 사업주가 트랙터로 시신을 유기한 행각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 미등록 노동자들이 어떠한 비인간적인 상황에서 일하며 생활하고 있고 인권의 사각지대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보도해야 하고 사회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우선, 체류권 보장이 필요하다. 정부는 단속추방과 자진출국 정책으로 5년 내 미등록 이주민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하지만 그러한 방안이 실패했음은 지난 수십 년 간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단속추방책을 중단하고 사면을 통해 체류권을 부여해야 인권상황도 개선할 수 있다. 둘째,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노동착취, 비인간적 주거, 의료접근 배제 등 처참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나 지자체가 회피하거나 일회성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임금체불을 근절하고 노동법을 제대로 적용하며 열악한 기숙사를 개선하고 산재예방과 보상, 의료접근권 보장을 해야 하고 관련 정책에 미등록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최소한 기본적인 한국어와 법제도, 권리침해시 구제방법 등을 알게 해서 자기 권리를 방어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교육과 정보제공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단기체류로 입국하여 초과체류하는 미등록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사람의 생명과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다. 불법인 사람은 없다!(No One Is Illegal)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유령이나 없는 존재가 아니고 이 땅에서 생생하게 살며 노동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고 있다. 더 이상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안타까운 생명을 잃게 해서는 안된다. 다시 한 번 고인들의 영전에 명복을 빈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인권보장 대책을 수립하라!

2023년 3월 14일
이주노동자평등연대(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운수노조사회복지지부이주여성조합원모임,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민변노동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사)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