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코로나19 이주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에 대한 이주인권단체 의견서>

202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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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주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에 대한

이주인권단체 의견서>

 

 

우리는 내외국인 구분 없이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을 함께 겪고 있습니다.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사회구성원 모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역대책이 수립되고 시행되어야 합니다. 특정 집단을 배제하고 차별하며, 안전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 이주인권단체들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인권에 기반한 방역대책을 수립해 주기를 바라며 아래와 같이 의견서를 전달합니다.

 

-아래-

 

지난 2월부터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명목으로 이주노동자나 외국인만을 특정하여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경기도는 남양주와 동두천 등에서 발발한 이주노동자 집단감염을 이유로 38일부터 22일까지 15일간 행정명령을 시행했고, 서울시는 17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한다고 밝혔다가 시행 이틀 만에 철회한 바 있습니다.

 

서울시는 많은 이주인권단체와 각국 대사관 항의가 빗발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관련 조사에 착수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19일자로 행정명령을 권고로 바꿨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서울시 행정명령이 인권 침해와 차별 논란이 벌어진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정 총리는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수요자 입장에서 감수성을 가지고 방역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수본 또한 21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서울시의 경우 중수본 차원에서 행정명령 취소를 즉시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이어 중수본은 각 지자체에서 이주노동자만을 특정한 "선별검사를 시행할 때 해당 사업장의 위험도나 혹은 발생현황, 근무형태 등을 고려해서 차별이나 인권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히 주의해 조정해줄 것을 19일 일제 요청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지자체들은 여전히 이주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 행정명령을 시행 중에 있고 철회 움직임이 없습니다. 특별히 경기도는 국가인권위가 19일 행정명령 철회 권고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22일까지 행정명령을 고수하여 내국인 50, 외국인 96명 등 총 146명의 확진자를 발견하여 감염확산을 조기에 차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그 결과에 고무돼 있습니다.

 

우리 이주인권단체들은 코로나19 방역에 있어서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주노동자만을 콕 집어 검사를 강제하는 행태는 방역 상식을 벗어난 비과학적이며 인종주의적 행정을 규탄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 및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인권의 원칙에 기반하여 비차별적으로 방역정책을 수립시행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무시한 여러 지자체들의 전시행정이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분이 있어 중수본에 요구합니다.

 

1. 이주노동자 전수조사 행정명령 중단

먼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주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에 대해 강력하게 중단 요구를 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행정명령이 종료되었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적한 것처럼 시행된 행정명령이 담고 있는 차별에 대한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각 지자체에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를 요청해 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지자체마다 제각각의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이 여전히 남아 있는 곳이 많이 있고, 철회한 지자체에서도 예컨대 서울시 같은 곳은 고위험 밀집사업장 외국인노동자검사 권고라는 식으로 차별적인 낙인을 아직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샘플링 방식으로 바꿨지만 유사한 내용으로 남아 있습니다. 안산, 울산에서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채용 전 의무검사명령이 남아 있고 대구에서는 강력 권고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인권위의 조치 이후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지자체별 차별 행정을 즉시 폐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2. 비차별적 방역 매뉴얼 마련

이주인권단체들은 이주노동자 집단감염을 예방하려면 밀집-밀접-밀폐라는 3밀 노동환경과 주거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자체들이 전수조사라는 전시행정을 강행한 것은 사회적 소수자인 이주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신호를 내국인에게 주고자 함이었습니다. 이러한 행정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만 낳고 방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중수본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방역이 과학적이며 이성적이며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주노동자 관련 매뉴얼을 좀 더 세밀하게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3. 낙인과 혐오를 조장하는 용어 사용 금할 것

이주노동자들을 방역 과정에서 제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용어, 낙인을 찍거나 강화하는 수사나 용어를 피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주요 언론과 중수본 등이 사용하고 있는 불법체류자라는 용어 사용을 금할 것을 요구합니다. 1975년 유엔총회는 제2443회기 총회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사를 결의(결의안 3449)하면서, 유엔 기구와 주요 기관들에 모든 공식 문서에 '미등록 혹은 비정규 이주노동자'라는 용어를 쓸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유럽의회총회 이사회(2006)는 불법 이주노동자라는 용어 대신 좀 더 중립적인 용어인 비정규 이주노동자라고 문서에 쓰기로 결의한 바 있고, 인권에 관한 유엔 고위급 회담(2009)에서는 불법 이주노동자라는 용어 사용을 반드시 피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처럼 주요 국제기구들이 더 이상 이주노동자에게 불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의하고 실천하고 있음에도 대한민국 정부 기관이나 언론이 여전히 불법체류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불법'이라는 단어는 그 사람이 처한 법적 현실을 설명하는데 정확하지 않습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국가 안보나 재산, 인명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행정범이지 형사범이 아닙니다.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는 편견을 낳고 존재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국제규약은 이주노동자가 체류하고 있는 각국에서 그들의 체류 상태가 어떻든 인권을 가진 존재로 규정합니다. 인권 보호에 있어서 인권 침해 여부를 점검하고 살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 만일 개인이나 특정 집단을 불법'이라고 규정짓고 취급하면 그들이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게 됩니다.

 

이주노동자를 불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의 인권과 존엄을 부정하는 일입니다. 이주노동자의 존재를 불법으로 규정지으면 노동자로서의 경험과 가족, 아동, 노약자 등으로서의 존재까지 불법으로 규정짓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용어를 공식 용어로 채택하면 사람들은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공격하며, 생존권까지 침해할 수 있습니다.

 

불법'이라는 단어는 이주노동자를 부정직하며, 주변인으로 혹은 공공 이익에 반하는 범죄인으로 취급받게 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용어를 채택하면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징벌적 처우를 하고, 불합리한 강요나 처벌을 해도 되는 존재로 결정된 것처럼 인식하게 만듭니다. 결국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어' 자체로 범죄자 취급하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방역 정책이 시행되기에 앞서 당사자들을 배제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인종 혐오와 증오 범죄를 부추길 수 있고, 사회 통합에 저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방역 실패로 귀결될 것입니다.

 

불법'이라는 용어는 부정적이라는 면에서 차별적입니다. 오늘날 시민의 존재 자체를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 단어가 유독 이주노동자에게만 쓰이는 것은 굉장히 차별적이고 공격적이며 억압적입니다. ‘불법'이라는 용어는 인류 가치에 반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진 만큼 공식 문건에 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단어입니다. 그럼으로 중수본은 앞으로 불법체류자라는 용어 대신 가치중립적이며 공정하며 차별과 편견을 배제한 단어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4. 백신 접종 우선순위에서의 불확실성 제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8일에 현재 외국인에 대해서는 장기 체류자와 외국인 등록증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내국인과 동일하게 순서에 따라서 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며, 불법체류 외국인의 경우에는 국민건강, 그리고 코로나19 전파 또는 고위험군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예방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표에 대해 많은 이들이 외국인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백신 접종을 받을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이라는 단서는 향후 여론 향방에 따라 미등록자들을 배제하거나 차별할 수 있다는 여지를 주고 있습니다. 38일 유엔 이주노동자위원회(CMW), 이민자 인권 특별보고관, 인권고등판무관실 및 지역 인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분배에 관한 주요 원칙들을 제시했습니다. 그것은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가장 많이 노출되고 취약한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취약성, 위험과 필요를 고려하여 감염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배제되지 않게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국적과 체류 자격에 관계없이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건강권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모든 이주노동자는 국민과 동등하게 백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국내 많은 이주노동자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고 비국적자라는 취약성 때문에 의료 접근성이 낮고 보건위생 등에 있어서 사회적 약자입니다.

 

오랫동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과 출입국 행정 당국의 단속을 보아왔던 이주인권단체들은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접종 캠페인에 있어서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이주노동자들이 백신 접종을 하고자 할 때 체류 자격 때문에 처벌 또는 추방 대상이 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등록자라 할지라도 우선순위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하고, 백신 접종에 대한 그들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더불어 체류 자격으로 인한 출입국 보고, 구금, 추방 및 기타 처벌의 두려움을 막기 위해 백신 접종 등록 자료를 출입국과 공유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백신 접종 안내와 홍보캠페인에 있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처벌을 받거나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분명한 안내가 있어야 합니다. 미등록자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장 확실한 안내와 행정 절차는 미등록자 합법화일 것입니다. 이에 중수본은 출입국 당국에 합리적인 당근책으로 방역 협조를 요청해야 할 것입니다.

 

 

5. 희생양 만드는 행정 지양

중수본이 권고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여러 지자체가 발표한 이주노동자 전수검사 행정명령은 정확한 역학조사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고 차별적입니다. 실효성은 없지만 뭔가 하고 있다는 눈에 보이는 행위를 통해 행정에 쏟아질 수도 있는 비난을 소수자에게 돌리는 전시행정일 뿐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전시행정으로 이주노동자들이 또 다시 희생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적 보증이 없습니다. 이에 중수본은 인권에 기초한 확실한 방역 원칙을 다시 한 번 천명해야 할 것입니다.

 

6. 코로나 정보접근, 통번역 시스템 보장

코로나 관련된 정보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데 핵심적으로 중요한 정보들이 제때에 적절하게 통번역되어 이주민들에게 제공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가짜뉴스들이 횡행하면서 이주민들은 자국민 소셜미디어 등에서 걸러지지 않은 정보를 접하면서 오히려 공포가 가중되기도 했습니다. 중앙정부에서 1577-1366 다누리콜센터, 법무부 1345 콜센터, 질병관리청 1339 콜센터 등을 통해 상담을 제공하는데 이는 전화를 걸어야만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확진자 발생 현황, 근처 보건소 위치, 증상 발현 시 행동요령, 선별진료소 및 생활치료센터 관련 정보, 검사 및 치료비용 정보, 일터와 삶터에서 방역수칙, 지역별로 방역단계별 조치사항 등 핵심정보를 이주민들에게 친화적인 매체, 언어로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정보접근과 통번역 시스템을 지자체별로 제대로 보장하는 것은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방역대책에 이주민이 참여하고 검사, 치료 등을 제대로 받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2021. 4. 1

이주인권단체 공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