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뉴스레터 2014. 02] 주장- 외국인 선원의 예견된 죽음

201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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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원의 예견된 죽음

: 관리감독의 부재 아래 드러나지 않는 일상적인 폭언·폭행

 

지난 214, 인도네시아 선원이 한국인 동료들에게 맞아서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제 갓 배를 탄 인도네시아 선원은 뱃멀미를 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등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한국인 선원들에게 상습적으로 맞다가 승선 9일 만에 끝내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이 선원이 승선한 배는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통영 선적 통발 어선이었다.

 

인도네시아 선원은 뱃멀미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십이지장이 파열될 때까지 맞고, 염증이 장 전체로 퍼질 때까지 차가운 어획물 창고에 버려진 채, 고통 속에서 싸늘히 식어가며, 거액의 송출비용과 맞바꾼 한스러운 코리안 드림을 접어야 했을 것이다.

 

이번 인도네시아 선원의 피해 사례는 사망이라는 끔찍한 결과로 인해 외부에 알려질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선원 이주노동자들에게 폭행은 일상이지만,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폭행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봤자 본인들만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침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폭언 경험 94%, 폭행 경험 43%, 신고해도 가해자 처벌은 없어, 돌아오는 것은 해고와 강제출국 협박

 

선원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욕설, 폭언, 폭행 등 인권침해 실태

- 욕설이나 폭언 경험 93.5% (158)

- 욕설과 폭언의 가해자는 동료 한국인 선원이 84.2%로 가장 많음

(그 밖에 기관장, 갑판장 등 간부 선원(62.0%) > 선장(40.5%) > 선주(19.0%) )

 

- 폭행 경험 42.6% (72)

- 폭행의 가해자 역시 동료 한국인 선원이 66.7%로 가장 많음

(그 밖에 기관장, 갑판장 등 간부 선원(43.1%) > 선장(11.1%) > 선주(2.8%) )

 

폭행에 대한 피해 선원 이주노동자들의 대처

- 폭행을 그냥 참은 경우가 69.4%로 가장 많았고, 외부에 피해사실을 알린 경우 송입업체(관리회사)에 알리거나(15.3%), 선주에게 알리고 있었음(11.1%)

- 폭행을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72명 가운데 6, 8.3%에 불과

- 수협에 알린 경우(4.2%)는 더 적었음

 

폭행 대처 결과

- 외부에 폭행 사실을 알린 경우의 대부분은 아무런 조치 없이 그냥 일했고(78.9%), 일부는 송입업체(관리회사)의 도움으로 업체를 바꾸었지만(9.9%), 오히려 해고당한 경우도 있었음(4.2%)

- 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을 때 가해자가 처벌 받은 경우는 없었음

 

폭행 피해 선원들은 한국어가 서툴러서, 방법을 몰라서, 수협이나 해양경찰 등을 믿지 못해서 폭행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폭행 사실을 문제 삼았다가 오히려 해고나 강제출국 협박을 받았다고 증언함

폭행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못 하거나 포기하는 현실임에도 해양경찰에서는 외국인 선원에 대한 선상폭행은 없고, 신고 들어온 것도 없다고 발언 (부산해양경찰서 N파출소 면담)

 

이 조사에서 선원 이주노동자의 43%는 폭행당한 경험이 있어서 폭언뿐 아니라 폭행이 매우 일상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폭행당한 선원 이주노동자 중 외부에 피해사실을 알린 경우는 약 20%에 불과했고, 그조차 대부분은 선주에게 위탁을 받아 선원 이주노동자의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관리회사에 알린 경우였다. 폭행을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8%에 불과했는데, 그나마 가해자가 처벌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때문에 외부에 알린 경우에도 80%는 아무런 조치 없이 계속 일해야 했고, 오히려 해고나 강제출국 협박을 받기도 했다.

 

관리감독은 관리회사가 담당, 관리회사는 합의 종용, 선주는 이탈신고

 

실제로 선원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리 감독은 관리회사가 담당한다. 언어상의 제약 및 선상노동의 특성상 선원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해양경찰이나 해양항만청, 또는 수협에 인권침해 등의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쉽게 전화 연락이 가능하고 의사소통(통역)이 가능한 관리회사의 담당 직원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관리회사는 선원 이주노동자들이 폭행을 비롯한 인권침해 사실이나 임금체불 등 노동권 침해 사실을 제기하면 수협이나 항만청, 경찰 등에 알리지 않고 선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식으로, 혹은 선주의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때문에 폭행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해도 가해자 처벌이나 피해 보상은 기대할 수 없고, 선원 이주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업체를 변경하는 것이다.

 

그러나 관리회사의 무책임, 무관심, 무능 및 선주의 비협조로 업체변경을 하지 못한 일부 선원 이주노동자들은 이탈해서 미등록으로 체류하는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또 일부 선주들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문제를 제기한 선원 이주노동자들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이탈신고하기도 한다. 그리고 출입국관리사무소 또한 인권침해 사실 확인과 권리구제 노력은 전혀 없이 해당 노동자를 강제출국 시켜버리기도 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적 기업에 맡겨진 선원이주노동자 도입과 관리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선원 이주노동자의 도입과 관리는 영리기업에게 외국인력의 도입과 관리를 맡긴 이전의 산업연수제도와 유사하다. 산업연수제도는 현대판 노예제라는 오명을 얻으며 타 업종에서는 2007년 전면 폐지되었다. 그러나 유독 20톤 이상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선원 이주노동자에게만 여전히 이 제도가 남아 고액의 송출비용, 관리회사의 부당 수수료 징수 등 횡포, 심각한 인권침해와 같은 동일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선원 이주노동자 도입은 선주들의 조합인 수협중앙회가 담당한다. 수협중앙회는 영리 목적의 국내 관리회사(송입업체)를 선정해 선원 이주노동자의 사후관리를 위탁한다. 현지에서 선원을 모아서 한국으로 보내는 일은 국내 관리회사와 계약을 맺은 현지 송출업체가 담당한다. 선원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선주는 관리회사와 수협중앙회에 관리비를 납부하고, 관련 업무를 위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