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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소리 박성우

있어도 없는 ‘그림자 일꾼들’...“외국인 노동자 시선 달리할 때”

2021-10-29

조회수 : 207

있어도 없는 ‘그림자 일꾼들’...“외국인 노동자 시선 달리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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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권포럼] 미등록 이주노동자 건강권 보장 논의..."제도권 안에 둬야"
29일 열린 '2021 제주인권포럼'에서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건강권 관련 세션. ⓒ제주의소리29일 열린 '2021 제주인권포럼'에서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건강권 관련 세션. ⓒ제주의소리

우리 국민이 기피해 국내 노동력이 부족한 3D업종에 종사하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 소위 '그림자 일꾼'으로 불리는 이들은 오래 전부터 지역사회의 일원이 돼 함께 삶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인간으로써 가장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건강권조차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이들이 제주도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음을 인정하고 제도권 안에 두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되는 이유다.

2021 제주인권포럼 두번째 날인 29일 오전 9시 30분에는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주관한 '그림자 일꾼들- 제주농업노동인력과 이주노동자 건강권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세션이 진행됐다. 해당 세션은 제도권 밖에 있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통상 불법체류 노동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국적·신분 요인과 미등록이라는 법적 요건이 결합된 이들이다. 불법체류자 대신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Unauthorized Foreign Worker) 또는 서류미비 외국인 노동자(Undocumented Foreign Worker)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명확한 용어다.

2018년 12월 기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는 35만5126명으로, 이중 1만3450명이 제주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2018년 기준 제주의 인구비중은 전국의 1.2%를 차지하고 있으나, 제주의 미등록노동자 비중은 전국 3.7%로 인구대비 3.16배가 많다.

제주의 미등록 노동자는 2014년 2154명에서 매년 크게 증가해 2018년에는 1만3450명까지 늘었다. 4년간 약 5.24배가 증가한 것으로, 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적용된 무사증 제도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사증으로 제주에 들어온 입국자 중 기한 내 본국으로 출국하지 않은 비중은 2014년 0.3%에서 2017년 2.8%, 2018년 2.6%로 급증했다. 문제는 미등록 노동자들에 대해 지자체인 제주도가 아무런 권한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제에 나선 민기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의 발생과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이러한 노동력에 대한 지역사회의 필요성과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국내 다른 지역과 다른 노동시장의 환경에 의해 외국인 노동자의 수요가 더 크게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불법체류자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범죄 등 사회적 불안과 제주도내 산업현장의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는 긍정적 현상 모두 제주도내에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사무는 전적으로 중앙정부인 법무부의 사무여서 지자체인 제주도는 이에 대한 권한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법체류자의 문제가 1차적으로 국경의 출입을 개방하는 국가 간의 관계에서 바생하는 출입국 관련 외교·법무 사무지만, 실제 노동수요 등은 지방사무임에도 지방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지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대응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데 있어 지방정부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사회적 능률성에 부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발제에 나선 민기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제주의소리발제에 나선 민기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그러면서 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보증 비자제도'를 제안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실제 취업하고 생활하는 지방의 정부를 출입국 관련 정책의 당사자로 포함시키는 제도다. 

가령 제주 농어촌에서 노동 수요가 발생할 경우 제주도에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를 제주도가 주관해 법무부에 신청하는 방식이다. 읍면동사무소에서는 농어촌 현장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의 소재 파악과 이들의 취업장소 변경 등의 업무를 지원하게 된다. 이 경우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직원의 인력 부족에 의해 해결하기 어려웠던 업무를 지방정부가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일찍이 이주 노동자 등의 문제로 홍역을 치른 선진국의 사례도 소개됐다. 민 교수는 "이민이나 외국인 노동자 유입과 관련한 정책에서 연방정부의 전권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등이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다"며 "연방정부 전권에서 주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정책 부재를 인식한 대응 정책이 발의되기도 했다는 점에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 과정에서 패널들은 미등록 이주민의 '건강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정우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홍보팀장은 "국제인권규범과 세계보건총회 결의안 등에서는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건강권이 명시돼 있다"며 "그럼에도 이주노동자들은 높은 산재사고율과 사망, 감염병 관련 해고와 강제퇴거, 정신건강과 자살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실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인은 1765명에서 2006명으로 13.65% 늘어난 반면, 외국인 노동자는 85명에서 136명으로 60%가 늘었다. 이주노동자의 사망은 교통사고, 청장년 급사 증후군, 암, 급성심장사, 심장이상 등 요인도 다양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사태는 이주노동자에게 더욱 가혹했다. 감염병의 경우 치료가 가능한 질환임에도 이주노동자에겐 취업제한 및 강제퇴거의 사유가 됐다는 서렴ㅇ이다. 김 팀장은 "미등록 이주민들은 감염병에 걸렸을 경우 적극적인 치료보다 이를 숨기거나, 치료를 포기해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이주노동자의 업무 외 재해사망 사례에서 두번째로 많은 것은 자살"이라며 "이주노동자 자살의 원인으로 사회 부적응 문제, 본국 가족과의 문제 등을 드는 경우가 많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용조건과 관련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장시간 노동, 저임금 혹은 체불임금, 과로 등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고, 농업이나 어업 등 고립된 노동을 지속하는 경우 우울증에 취약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주민 건강권 증진을 위해 포괄적 이주민 공공보건정책으로 내외국인 간 차별 없는 건강권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인종에 차별 없는 사회적 의료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민 담당 관련 부서의 인권적 감수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제언했다.

김자경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는 농업노동력을 중심으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발생 원인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매년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농자재 시장에서 농민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노동력을 투입하는 시장 뿐이다. 농업노동력의 임금으로 비용을 조절할 수 밖에 없다"며 "노동인구의 고령화로 숙련된 노동인력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내국인들은 농업현장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보니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촌 인구 감소로 인한 농업노동력 풀(pool) 자체가 감소됐고, 농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일의 존재, 농가의 규모화로 인한 임시노동자 수요의 증가 문제 등이 상존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출입국 제한이 노동자 자체를 감소하고 있고, 생산량을 떨어뜨렸다는 점도 전제로 두고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두우리네트워크 소속된 박주영씨는 제주지역 이주민의 의료이용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이주민이 지역 병의원을 이용 시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부족 문제였고, 의료비에 대한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며 "이주민이 제공받을 수 있는 지원프로그램과 의료체계에 대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