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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인권 단체들 "법무부 미등록 이주 아동 조건부 구제 대책, 90% 이상 적용 안 돼…아동 권리 보장해야"

2021-06-25

조회수 : 39

이주 인권 단체들 "법무부 미등록 이주 아동 조건부 구제 대책, 90% 이상 적용 안 돼…아동 권리 보장해야"

강제 퇴거 위험 노출 여전…"미등록 이주민·아동은 약자 중의 약자, 반감보다 공감 필요"

  • 기자명 나수진 기자  
  •  승인 2021.06.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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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생 불법 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 대책'의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6월 24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주민센터친구 사진 제공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국내 미등록 이주민은 현행법상 '불법 체류자'로 불린다. 이들에게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 아동의 신분도 '불법'이 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이주 아동의 인권침해 진정과 관련해 "장기 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의 체류 자격 부여 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고, 법무부는 올해 4월 구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주민 인권 단체들은 법무부가 '국민적 반감'을 근거로 적용 기준을 협소하게 제한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법무부가 4월 19일 발표한 '국내 출생 불법 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 대책'은 장기 체류 아동에게 '조건부'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국내에서 출생하고 △15년 이상 국내에서 체류하고 △국내 중·고교에 재학 중이거나 고교를 졸업한 불법 체류 외국인(아동)의 경우 임시 체류 자격(G-1)으로 2025년까지만 체류할 수 있다. 하지만 4월 22일, 실종된 발달장애 자녀를 찾으려 경찰서에 갔다가 강제 출국 위기에 처한 미등록 이주민 A는 한국에서 태어나 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가 있었지만 이 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고, 한국에 체류한 지 15년이 안 됐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및 이주 인권 단체들이 6월 24일 '국내 출생 불법 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 대책'의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열었다. 토론회에는 이진혜 사무국장(이주민센터친구), 김진 변호사(이주배경아동청소년의기본권향상을위한네트워크), 박김영희 상임대표(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조혜인 변호사(차별금지법제정연대), 박혜경 조사관(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이 참여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이날 토론회에 영상 축사를 보내왔다. 장 의원은 발달장애 동생을 둔 언니이자, 미등록 이주민 A가 발달장애 자녀와 강제 분리됐다는 소식을 듣고 관련 부처에 인도적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은 1991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는데도, 국내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여전히 강제 퇴거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법률적·문화적 준비는 미흡하기만 하다. 이주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영상 축사를 보내 "이주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영상 화면 갈무리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영상 축사를 보내 "이주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영상 화면 갈무리

이진혜 사무국장은 법무부의 구제 대책이 이주 아동에 대한 체류 대책으로 최초라는 의미가 있지만, 대상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했다. 이 사무국장은 "법무부 스스로도 전국에 적용 대상이 100~500명 정도 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실제 미등록 이주 아동의 90% 이상은 구제 대책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무의미한 정책으로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김진 변호사도 구제 대책의 적용 대상·기간 등이 자의적이고, 구제 신청 시 불법 체류 기간에 따라 최대 3000만 원에 달하는 범칙금을 납부해야 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근거로 삼은 '공교육 이수', '언어적·문화적으로 한국인 정체성 보유' 등은 '해외 출생' 후 장기간 체류 중인 아동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대상을 국내 출생자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외에도 대학 진학 또는 취업 등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경우, 단 1년만 임시 체류 자격이 부여된다는 점, 부모에게 부여되는 과도한 범칙금에 관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 등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구제 대책 및 미등록 이주민 A 사건 관계 기관들을 중재해 온 박혜경 조사관은 "담당자 간 의견 간극이 상당하다"며 "'국민적 반감'을 우려하는 법무부에 대응해 이제 우리가 미등록 이주 아동 인권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드러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조사관은 "인권위는 법무부와 인권 시민단체 및 전문가와 함께 미등록 이주 아동의 권리 보장을 기본으로 한 실제적인 구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 향후 대국민 인식 개선을 위해 기획 보도, 인권 잡지 게재, 웹툰 제작 및 배포, 단행본 제작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혜경 조사관(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은 "'국민적 반감'을 우려하는 법무부에 대응해 이제 우리가 미등록 이주 아동 인권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드러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영상 화면 갈무리
박혜경 조사관(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은 "'국민적 반감'을 우려하는 법무부에 대응해 이제 우리가 미등록 이주 아동 인권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드러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영상 화면 갈무리

참석자들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미등록 이주민 A의 사례처럼, 여러 차별이 교차하는 복합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도 목소리 높였다. 조혜인 변호사는 "우리는 다양한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이 느끼는 차별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다른 차별은 잘 알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차별의 문제가 개인 문제가 되고, 여러 정체성으로 차별이 중첩된 사람은 소수 중의 소수로 개별화되기 쉽다. 차별을 우리 모두가 관여하는 사회구조의 문제로 되돌리고 함께 대응해 나가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최근 들어 발달장애 아동이 실종될 때마다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찾지 못하거나 시신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트라우마가 생겼다. A의 사건을 접했을 때도 장애 아동을 찾아 헤매는 보호자의 심정이 떠올라 정신이 없었다"며 "발달장애 아동 실종 상황을 대비해 장애 특성을 잘 아는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 기구가 하루빨리 설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자캐오 사제(성공회 용산나눔의집)는 "한국의 이주민 인구는 몇 년 전 통계만 봐도 250만 명이 넘는다. 대구광역시 인구보다 많은 이주민이 우리 사회에 공존하고 있다. 그중 미등록 이주민은 30~40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등록 이주민은 계층적으로 약자 중의 약자로 존재한다. 그들은 가난한 시간과 가난한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의 대표다"라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이주민 체류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도 적극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