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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체불 불기소 옳나’ 판단 나선 법원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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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체불 불기소 옳나’ 판단 나선 법원

이보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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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여만원 떼이고 해고’ 캄보디아인 따임피의 재정신청

약속과 다른 근로계약서에
직접 쓴 근무일지 증거 삼아
체불한 농장주 고소했지만
검 “근거 부족” 항고도 기각

서울고법 내달 첫 심문기일

임금은 물론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쫓겨난 이주노동자가 재정신청을 제기해 법원이 직접 이주노동자를 불러 심문한다. 이 이주노동자가 임금체불로 농장주를 고소한 사건을 검찰이 불기소하고 항고기각까지 한 처분이 옳은지를 판단하기 위한 절차다.

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고법 제30형사부(재판장 윤성근)는 오는 5월14일 오후 3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따임피(33)가 제기한 재정신청에 대한 첫 심문기일을 연다. 재판부는 재정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따임피를 직접 심문하기로 했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해당 처분의 당부를 가려 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재정신청이 인용되면 즉시 공소제기가 되면서 법원이 이 사건 자체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하게 된다.

따임피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경기 포천의 한 농장에서 일했다. 비닐하우스 숙소에 거주하며 인근 60여개 비닐하우스 작업장에서 채소를 재배·수확하는 일을 했다. 하루 약 10시간씩 일했지만 농장주는 근로계약서에 적힌 8시간 근무만큼 임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휴일은 한 달에 이틀뿐이었다. 따임피가 매일 자신의 근무시간을 벽걸이 달력과 노트에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체불된 임금을 계산하니 1300만원이 넘었다.

따임피는 총 26개월을 일했으나 농장주가 23회만 임금을 지급해 3개월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따임피는 연차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연차수당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따임피 측에 따르면 이 농장은 노동자가 9명이라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사업장이라고 한다. 2018년 9월 농장주는 일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예고 없이 따임피를 해고했다. 따임피는 해고 직후 농장을 떠나 이주민 쉼터로 가야 했다. 해고예고수당도 받지 못하고 퇴직금도 일부만 지급받았다고 했다.

따임피는 지난해 3월 농장주를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의정부지검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6월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피의자가 근로자의 근태관리기록이나 임금공제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지만, 업종 특성상 체계적인 노무관리가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의자가 고소인의 임금을 체불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또 “고소인이 (작성한) 근로기록일지에 연필로 지우고 다시 기재한 흔적이 있다”는 등 사유로 따임피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피의자는 실제 연장근무 시간을 은폐하기 위해 일부러 근무시간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고소인의 근무시간 기록은 유일한 증거다. 그러나 당시 수사를 진행했던 고용노동지청과 의정부지검은 근무시간 기록의 사소한 문제들을 문제 삼아 증거능력을 탄핵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의자는 실제로는 하나의 농장인데 명의만 다르게 농장을 분리해 운영해왔다. 실제 고소인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5명 이상이었다. 수사기관은 이 같은 탈법 행위 등에 대해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주민 단체들은 지난해 7월 기자회견을 열고 “수많은 농장주들이 고의적으로 근무시간을 줄여 임금을 지급하고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축소 신고해 연차수당지급 의무도 방기한다”며 “2018년 기준 외국인 근로자 임금체불액 규모는 972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은 이주노동자들이 어렵게 확보해 제출한 임금체불·인권침해 관련 증거를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쉽게 배척하고, 아무런 해명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사업주에게는 쉽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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