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비닐하우스 숙소 산재 사망 이주노동자 추모 기자회견 우리의 다짐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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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숙소 산재 사망 이주노동자 추모 기자회견

우리의 다짐

1. 우리는 기억하겠습니다.

동료 이주노동자들의 연대의 정신과 용기를 기억하겠습니다.

속헹씨가 사망한지 이틀째 저녁, 20201222일 밤 11, 영하 16도의 차가운 바람이 불던 때 S씨는 생면부지의 활동가의 전화를 받고 고용주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자신의 동료가 사망한 그 비닐하우스 숙소, 다시는 절대로 가고 싶지 않고 아직 동료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그 숙소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의 낯선 활동가에게 속헹씨가 사망하기 직전의 건강상태와 숙소의 구조와 난방장치의 상태에 대해 설명을 하였습니다. 황망함과 공포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강추위 속에서도 침착하게 50분 가까이 대화를 하였을 때, S씨는 너무 추워 쓰러질 지경이에요. 더 이상 참기 힘들어요. 대화를 마치면 안 되나요?”라고 하였습니다. S씨의 증언이 없었다면, 여전히 30%에 이르는 사인불명의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중의 하나로 잊혀졌을 것입니다.

 

속헹씨 사망 3일전부터 전기난방장치가 작동되지 않고, 누전차단기가 계속 떨어져 추위 속에서 밤을 보내야했으며, 이를 참을 수 없었던 동료노동자들은 다른 곳으로 몸을 피했었다는 증언은 많은 양심적인 사람들을 움직였습니다. 다음날 새벽 이주인권활동가들과 이주노동자들은 이 부조리한 사고의 원인이 묻히거나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이곳으로 달려왔고, 숙소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한국 노동부는 속헹씨를 포함하여 이주노동자들 숙소 70%집이 아닌 곳에 살고 있다는 엄연했던 현실을 뒤늦게나마 인정하였습니다.

 

2. 우리는 기억하고 제기하겠습니다.

한국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과 기본권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제기하겠습니다. 속헹씨 사망 직후, 경찰은 사인이 간질환이며, 숙소의 난방장치 문제에 대해서는 경찰의 수사권한 바깥이라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관할 노동청 또한 숙소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민사적인 것이며, 근로기준법으로는 마땅히 조사할 근거와 전문성 있는 조사역량이 없다며, 그 숙소의 제공자인 고용주에게 단지 노동자 건강검진 미실시로 3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그쳤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한국 정부가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적 정책을 뻔뻔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고용주에게만 초법적인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2017년부터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통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고용주들에게만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주거시설을 타인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를 임금에 맞춰 공공연히 징수하여 이득을 취할 특권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침을 개선하겠다던 노동부는 아직 아무 개선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 부당하고 불법적인 장소임대사업 면허는 오로지 이주노동자 vs 외국인을 고용하는 한국인사이에서만 합법화되어 있다는 점을 계속 문제제기하겠습니다.

4. 우리는 기억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속헹은 정부의 지역건강보험 가입 정책에 따라, 같은 소득 수준의 한국인 가입자들에 비해 훨씬 많은 지역건강보험료를 납부해왔습니다. 그러나 추위 속에 그녀의 핏줄이 파열되어 사망할 정도에 이르기까지 49개월의 이주노동 기간 동안 매월 28일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병원에 한 번 들러 검진할 기회도 갖지 못했음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의 존엄을 지키려했던 노동자, 시민, 지구인들의 연대의 정신과 실천이 차별 구조를 깨뜨리는 힘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계속 실천하겠습니다. 속헹씨 사후, 전국 각지의 인권활동가, 노동조합과 노동자들, 평범한 시민들은 오랫동안 한국정부의 인종차별적인 이주노동 정책을 규탄하고 이주노동자들에 정의로운 대우를 촉구하는 연대행동에 참여하였습니다. 이 연대의 힘에 떠밀려 한국 노동부는 반쪽짜리나마 기숙사 개선대책을 발표했고, 뒤늦게 유족들에게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는 통보를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본국의 유족이 산재보상 신청을 낼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은 다시 단체와 활동가, 변호사의 몫이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주노동자가 건강 차별을 받지 않고, 또 산재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자기 책임을 제대로 지도록 계속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6. 우리는 기억하고 투쟁하겠습니다.

선진국이란 곳에 거주하는 우리는 수년간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이주노동자 숙식비 징수지침을 폐기하라고 수없이 외쳐왔습니다. 그러나 결국 속헹씨의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안전하지 못한 일터와 주거지에서 산업재해로, 그리고 원인 미상으로 속절없이 스러져가는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주거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해왔지만 정부와 고용주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는 기계나 노예가 아니라, 같은 하늘 아래 숨쉬며 살아가는 같은 인간이고 노동자임을 그들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 국적에 따른 인종차별 정책 노동부 숙식비 징수지침 폐기하고 안전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 근본대책 마련하라! ”

- 농업 이주노동자 장시간 착취의 핑계거리 근로기준법 63조 폐지하라!”

- 위험한 일터로부터 탈출할 수 없게 만드는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제한 폐지하라!”

- 최저임금도 못받아도 십수만원 내야하는 건강보험 차별 시정하고 건강권 보장하라!”

다치고 죽지 않도록, 산재보상 제대로 받도록 산재예방, 산재보상 제대로 실시하라!”

2022618

찾아가는 노동인권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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