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강제노동이 우리 헌법의 정신입니까?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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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노동이 우리 헌법의 정신입니까?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제한 아무 문제 없다는 헌법재판소

인권을 무시하는 잔인한 한국사회 세계인 앞에서 당당할 수 없다

 

 

2021년을 며칠 남기지도 않고 헌재는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 법관들이 올해 만든 최악의 판결과 심판 중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하다. 23일 헌법재판소는 이주노동자를 사업장에 묶어버리는 법과 고시가 헌법에 비추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선언했다. 자유로운 노동이라는 헌법정신에도, 거주 이동의 자유라는 인권에도 어긋나는 판단이다. 사업주가 무슨 짓을 해도 이주노동자는 군말 없이 감내하라는 말이다. 이걸 노예노동이라고 불러도 과한 것이 없다.

 

헌재는 이주노동자가 한국 사용자의 필요 때문에 생겼으니 업종변경과 사업장 이동을 인정하면 사용자의 이익이 침해받는다고 주장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관리를 위해서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했다. 저 말을 영어로 옮기면 1800년대 미국 남부 어느 농장주의 말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인간을 생산의 수단으로,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이들이 이 나라 헌법의 최종 해석자로 앉아 있다.

 

다행히 모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두 명의 헌법재판관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이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 보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산재사망이 빈번한 사업장에서 이전을 막으면 생명의 위험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상식이 소수의견취급받는 사회에서 소수자의 권리는 보장받을 수 없다.

 

이번 결정은 헌재가 내렸지만 결국 분위기는 문재인 정부가 만들었다. 인권변호사를 자랑했던 대통령의 집권 기간 내내 출입국관리소의 인권침해 문제는 계속 불거졌고, 우리 식탁의 농산물이 노예노동에 가까운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되었다는 사실은 이주노동자의 비극적인 죽음을 통해서야 알려졌다. 이주민의 권리만이 아니라 대통령이 약속한 노동공약은 후퇴하고, 훼손되고, 파기됐다. 이런 분위기가 이주노동자의 권리보장은 사치라는 인식을 헌재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강요하고 있다. 인간을 인간으로 대우하지 못하는 잔인한 사회를 그대로 두고 정부는 이 나라가 세계 선도국가라고 자랑한다.

 

그런 문재인 정부의 외교 수장이었던 강경화 전 장관이 ILO 사무총장에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출마했다. 정작 한국은 강제노동을 금지한 ILO 핵심협약 29조를 30년이나 끌다가 지각 비준했다. 그러나 국제협약이 국내법에 준한다는 생각은 헌법재판소의 높은 분들에게는 아직 닿지 못했다. 새해를 눈앞에 두고, 우리가 부끄러워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20211227일 전국금속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