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성명] 헌법재판소 판결의 이유 자체가 위헌이다!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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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헌법재판소 판결의 이유 자체가 위헌이다!

 

[이주노동자의 강제노동은 사업주의 필요에 의해 운용되는 제도이니 이는 헌법에 위배 되지 않는다.’는 어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대한민국의 자본의 질서 아래 움직이는 자본주의 국가이고 법과 법정신은 자본의 이익에 복무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민주노총은 만인이 동등하게 누려야 할 노동권의 실현과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고용허가제는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며 이를 위해 중단 없이 나갈 것이다.]

 

지난 20203월 이주노동자 5명이 고용허가제가 사업장변경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 10조가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강제노동을 금지한 헌법 제12조 제1항과 헌법 제32조가 규정한 근로의 권리 등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18개월만인 어제 1223일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일곱 명의 헌법재판관들은 이주노동자들은 사용자 필요에 의해 한국에 왔기에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 제한이 법률적으로 필요하다라고 판단했다. 중소기업 등이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엄격한 사유를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기에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 두 명의 재판관이 반대의견을 냈을 뿐이다.

 

이미 유엔, ILO, 국제엠네스티 등은 한국의 고용허가제로 인한 강제노동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내국인과 동등하게 적용할 것을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미국 국무부도 2014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통해 한국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이 강제노동의 징후를 보이는 노동조건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고용허가제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에도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법 가치와 정면충돌하며 사업장변경의 제한이 노동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노동법을 무력화하고 노동자의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을 심화시킨다라고 말하며 이에 현행 고용허가제를 변경해야 한다는 결과를 제출했다. 2011년 국가인권위도 이미 고용허가제 사업장이동의 제한에 대해 시정 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심지어 올해 2월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했다. 29호 강제노동 협약은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오직 사용자들의 필요에 의해 고용허가제가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주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똑같은 사람이고 노동자이다. 한국이 필요로 해서 노동력을 들여온다면 내국인과 동등하게 인권과 노동권은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17년 동안 사업장이동의 자유가 금지되면서 이주노동자들은 ()폭행, 폭언을 비롯해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열악한 근무환경과 산업재해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었고,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또한 사업장 변경 횟수제한, 사업장 변경제한 등으로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으로 전락했다. 작년 겨울 영하 18도의 살인적인 추위에서 난방시설 하나 없이 비닐하우스에서 얼어 죽은 이주여성노동자 역시 결과적으로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헌법은 모든 사람의 기본권 보장과 이를 법과 제도로 적용하는 원칙이자 최고의 규범이다. 그러나 사업주의 필요에 의해 시행되는 제도라는 이유로 헌법에 위배 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잘못된 판결이다. 사업주의 필요에 의해 즉, 사업주를 위한 제도라고 인정했듯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돼야 할 법이 일부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그 자체로 위헌이다. 이것이 상식 아닌가?

 

이 지극히 정당한 상식을 벗어나 자본의 논리로 고용허가제의 반인권, 반노동을 인정하고 폭력을 정당화 한 것이다. 국가 폭력이자 인종차별을 보장하고 강제노동을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번 판결로 헌법재판소는 그야말로 스스로 존재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얼마나 더 많은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이동의 자유가 가로막혀 고통 속에 일하다 죽어야 법과 제도가 바뀐단 말인가? 10년 전과 같은 역사 퇴행의 반복을 확인한 민주노총은 아직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고 험난함을 확인한다.

 

민주노총은 대전환의 시대. 누구나 동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의 신장과 확대를 위해 나갈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근간인 고용허가제 폐지, 이주노동자의 온전한 노동권 보장을 위해 함께 걷고 함께 외치며 함께 투쟁할 것이다.

 

2021122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