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태일열사 51주기, 이주노동자 행진]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권을 보장하라! 노동허가제 실시하라! 기자회견문

2021-11-08

조회수 : 186

[전태일열사 51주기, 이주노동자 행진]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권을 보장하라! 노동허가제 실시하라!

기자회견문

 

코로나 재난 상황 하에서 이주노동자 귀국이 늘고 신규 이주노동자 입국이 거의 중단되면서 산업현장 곳곳에서는 이주노동자 부족으로 아우성이다. 중소영세 제조업체, 농축산업, 어업 등 이주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생산의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난 상황이 되어 이주노동자가 부족해지자 비로소 이주노동자가 그 동안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업의 가장 밑바닥을 떠받치며 우리가 입고 쓰고 살고 먹는 거의 모든 것에 기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제대로 사회적 대우를 받고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착취와 억압의 지옥이다.

 

고용허가제는 실시된지 17년이 지났지만 가장 기본적인 사업장 변경의 자유마저 제한하고 있다. 위험하고 힘들고 더러운 일, 장시간 고강도 노동강도의 일을 하며 사람이 살기 어려운 임시가건물 열악한 숙소에서 지내지만 사업주의 동의가 없으면 일터를 옮길 수가 없다. 실질적인 강제노동 상태가 2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업장 변경, 계약 연장, 재고용과 재입국 등 모든 부분에서 권한이 사업주에 집중되어 있어서 노동자는 사업주에 극단적으로 종속되어 취약성이 극대화되어 있다. 심지어 아파서 병원에 가야할 때, 코로나 검사나 백신접종을 해야 할 때도 사업주가 안보내주면 못간다. 사직할 자유, 사업장을 옮길 자유 보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작년에 제기한 사업장 변경 제한 위헌소송에 대해 하루 빨리 위헌판단을 내려야 한다.

 

또한 지난해 말에 캄보디아 여성노동자 속헹 씨가 비닐하우스 내 숙소에서 한파 속에 사망한 사건에서 보듯이 이주노동자 숙소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70퍼센트에 이르는 이주노동자가 비주거용 숙소에 살고 있고 이런 비인간적 숙소는 추위와 더위, 화재, 분진, 소음 등에 극히 취약하다. 그러나 임시가건물은 완전히 규제되지 않고 있고 숙소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공동의 숙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통상임금의 8~20%를 숙식비로 공제하게 해서 사업주가 월세장사 하게 만드는 노동부의 숙식비 징수 지침은 폐지되어야 한다.

 

산업재해 문제도 심각하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하지만,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에 비해 산재사망율이 세 배에 이른다. 산재로 잡히지 않는 돌연사, 청장년 급사증후군, 급성심장사 등 과로로 인한 사망도 많다. 농어업 5인미만 사업장은 산재 적용도 되지 않고, 사업자 등록 없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직장건강보험도 가입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의 산업안전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각적 대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코로나 시기에 이주노동자 숫자는 줄었는데 임금체불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5년 전에 비해 체불액수는 두 배가 되어 작년에 12백억원을 넘었다. 체류기간이 짧고 사업주에 항의하기 어려워 취약한 이주노동자들의 상태를 많은 사업주들이 악용한다. 반면에 임금체불 진정과 구제는 너무나 어렵고 사업주 처벌은 솜방망이다. 진정 과정에서 지역노동청은 통역시스템도 없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고 생존권을 지킬 수 있도록 임금체불 예방, 구제대책을 획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한편 코로나 시기에 바이러스 피해는 누구에게나 미치지만 지원정책은 불평등하다. 이주노동자는 고용보험이 임의가입이라 거의 사업주가 가입시켜주지 않아서 고용보험에 기반한 지원정책에서 배제되어 있다. 또한 정부나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에서도 배제되어 있다. 코로나 관련 정보접근도 어렵고 다국어 정보 제공도 제한되어 있다. 인종차별적 혐오표현도 난무한다. 배제와 차별이 아니라, 평등한 재난지원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우리는 이주노동자가 한국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같은 인간이자 노동자로서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주노동자들은 30년이 넘게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재해 왔으나 권리는 제한 당하고 차별과 억압, 착취 속에서 살아 왔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노동력과 인구의 감소, 지방소멸 등이 예정된 상황에서 이주의 흐름, 이주노동자의 증가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주노동자가 스스로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차별적 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며 산화하신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맞이하여, 우리는 인권과 노동권의 가장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아래와 같이 다시금 강력히 촉구한다. 변화가 없는 한 이주노동자들의 발언과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노동허가제 실시하라!

-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 보장, 숙식비공제지침 폐지하라!

- 이주노동자 임금차별 중단, 임금체불 근본대책 마련하라!

- 산재 예방 대책 마련, 건강보험 차별 폐지하라!

- 농축산어업 노동자 차별 철폐하라!

- 이주노동자 퇴직금은 국내에서 지급하라!

- 이주여성노동자에 대한 성차별, 성폭력 반대, 권리 보장하라!

-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코로나 시기 인종차별 반대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연내에 제정하라!

 

2021117

[전태일열사 51주기, 이주노동자 행진] 참가단체 일동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민변노동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